우크라이나 침략, 애매모호한 민스크 협정(합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물러서지 않는 이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자국군을 집결시키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의 지원 아래 양국이 연루된 민스크 협정(합의) 이행이야말로 외교적 해결을 위한 최대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복잡하고 쟁점도 많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체성과 주권 투쟁의 근원을 건드리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은 공격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 민스크 협정 체결 과정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2014년 발생한 군사적 충돌중지를 위해 체결됐다. 분쟁에 이르는 경위는 다음과 같다.친러시아파였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푸틴 전 대통령의 압력으로 유럽연합(EU)과의 통상협정 조인을 미뤘다.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수도 키예프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야누코비치 정권은 퇴진했다.그러나 이후 신정권에 대한 항의 시위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일어났다.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파 무장세력은 이 기간 동부의 도네츠크, 루간스크 두 주를 지배했다.이 2주에 군을 투입한 우크라이나에 의하면, 러시아군이 전투에 직접 개입해, 우크라이나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러시아는 관여를 부정). 이 분쟁의 해결을 목표로 한 합의가, 이웃나라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이루어진 민스크 합의다.
2. 민스크 협정 내용
2014년 9월 체결된 민스크 협정(1)은 12개 항목으로 이뤄진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정전 감시와 분리파 지배 지역에 대한 잠정적 특별지위 부여, 지방선거 실시, 당사자 사면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전 합의는 2015년 1월 완전히 깨졌고 한 달 뒤 민스크 협정(2)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합의는 13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민스크 협정(1)보다 더 자세하지만, 문제해결 절차나 정치적 요건에 관한 문구는 민스크 협정(1)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3. 왜 이행이 그렇게 어려운가
하나의 문제는, 러시아가 자국은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그 때문에 이행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러시아는 민스크 합의 도출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민스크 합의가 우크라이나 헌법을 개정해 돈바스(도네츠크주, 루간스크주)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친러시아파가 실효 지배하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지도자들과의 「협의·합의에 의해」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다.
또 가장 큰 쟁점으로 보이는 것은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지역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리파 지도자는 도네츠크, 루간스크 2개 州의 전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도 2개州의 절반 남짓한 지역을 관할 하에 두고 있지만 이를 포기하는 셈이다.
4. 러시아측 해석
러시아는 민스크 합의에 대해서, 우크라이나는 서명이 끝난 상태이며 해당 국가가 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돈바스 지방을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로 되돌리는 한편 이 지역 주민의 안전과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 지역에 사는 약 70만 명은 러시아 여권을 발급받고 있으며, 다양한 추계에 따르면 인구의 20~40%에 해당한다. 러시아 정부는 또한 합의가 돈바스 지방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고 우크라이나를 연방화하는 수단으로 간주해 성사될 경우 이 나라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EU 등 서방 기관에 가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5. 우크라이나 측 해석
우크라이나는 민스크 합의가 요구하는 분권화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부의 대리로 간주하는 분리파와 교섭하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이를 이유로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빅토리아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전보장 및 국방회의 서기는 2021년 1월 AP통신에 러시아에서 총구를 들이대는 가운데 서명한 민스크 합의를 이행하면 국가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6. 사태의 해결은 가능한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부에 수용되는 방식으로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는 것은 NATO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제한적으로 이행에 나선 2015년에는 키예프에서 폭력을 동반한 항의활동이 벌어졌다. 2021년 12월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는 민스크 합의를 수정 내지 포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