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복에 필요한 문명은 우연하나 생겨났나!? 유럽에만 '총·균·쇠'가 발달한 이유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유럽이 세계 각지를 정복하고 '승자의 문명'을 일군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유럽인은 영리하고 똑똑하다」는 인종차별주의적인 생각도 반영되어 있다.
과연 이 생각이 맞는 것일까?
사실 유럽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몇 가지 우연의 산물일 뿐이었다면 어떨까?
승자와 패자의 문명 격차가 생겨난 비밀에 대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베스트셀러 총-균-쇠로 설명해 보자.
◇ '166명 vs 8만명'에서 스페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1492년, 역사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인들이 남북 아메리카 정복에 나선 것이다.
1532년 스페인 왕국의 군인 피사로는 불과 166명의 군사를 이끌고 잉카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스페인어: Atahualpa, 1497년 3월 20일 - 1533년 7월 26일)와 전투를 벌였다.
아타우알파군의 병력은 약 8만.
그런데 뚜껑을 열였을 때, 스페인 측은 순식간에 아타우알파 황제를 붙잡아 8개월 동안 몸값을 받아낸 끝에 교수형을 처했다.
비교도 되지 않는 수의 스페인이 이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
그것은 바로 총, 기동력이 뛰어난 말, 철제 검과 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페인측의 최대의 무기는 「균」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들여온 천연두 인플루엔자는 원래 미대륙에는 없고 면역력이 없는 원주민들은 엄청난 기세로 죽어갔다.
1530년대 800만명이던 잉카제국의 인구는 1590년대에 100만명까지 격감했다. 북아메리카도 같은 운명을 맞이 했다.
북미 대륙은 1492년부터 단 100년 만에 멸망 위기에 처한 것이다.
원주민들은 '총, 균, 쇠' 라는 알지도 못한 것에 의해 멸망당한 것이다.
유럽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인도, 호주 등을 정복해 간다.
그렇다면 문명의 격차를 낳았던 총, 균, 쇠는 일부 인간들에게만 발달한 이유는 뭘까?
◇총-균-쇠는 왜 생겼나?
그 원인은 농경, 목축에 있었다.
농경과 목축은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목축은 처음에는 육류생산이 아니라 배설물을 비료로 쓰거나 큰 농기구를 끌게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렵 채집민의 이주생활은 농경 목축의 정착생활로 바뀌었다.
그러자 여성들의 출산간격이 짧아져 인구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식량 저장도 가능해져 농사를 짓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일단의 무리가 탄생한 것이다.
즉, 엘리트층이다.
엘리트층은 물자를 세금으로 징수함으로써 정치와 철기가공, 문자개발 등에 전념했다.
게다가 천연두·인플루엔자는 가축에 감염됐던 병원균이 돌연변이로 인간에게 전염된 것이다.
목축을 통해 가축이 가까이 있는 지역사회는 항상 병원균에 노출되었고 그 결과 면역이 갖게 되었다.
농경, 목축을 일찍 시작할 수 있었던 곳일수록 문명(총, 균, 쇠)의 발달도 빨랐다.
그렇다면 농경, 목축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일찍 발달하고 북미대륙이나 남미대륙에서에서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 모든 것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최초로 농업이 탄생한 곳은 이집트~메소포타미아 부근이라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완전한 우연"이라고 잘라 말한다.
우선 농사를 지으려면 당장 재배 가능한 식물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비해, 미주 대륙의 옥수수는 재배 가능한 품종으로 개량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가축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가축으로 삼을 수 있는 동물은 말, 소, 염소, 양, 돼지 등 불과 5종이며 지역적 제한으로 9종(낙타, 라마, 물소, 순록 등)을 더해도 14종밖에 안된다.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조건은
· 먹이를 너무 많이 먹지 않는다(코끼리처럼 너무 많이 먹으면 사람이 기를 수 없다).
· 성장 속도가 빠르다(사람의 노화보다 빠르면 의미가 없다)
· 번식이 간단
· 성질이 온화(흉포하면 사육할 수 없다)
·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울타리에 충돌해 죽을 가능성이 있다)의 다섯 가지.
이를 충족한 5종이 우연히 유라시아에 있었고，북미 및 남미대륙에는 없었다.
가축에 적합한 동물이 유라시아 대륙에 있었다.
또 우연의 일치가 겹친다.
세계지도를 보면 남북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대륙은 세로(남북)로 뻗어 있는 데 반해 유라시아는 가로(동서)로 뻗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위도에 따라 기후의 차이가 커지면 농경, 목축의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남북방향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그런데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동쪽에서 서쪽까지 약 1만2천8백 킬로미터나 되는데 기원 전후에는 아일랜드~극동까지 매우 넓게 퍼져있었다.
요컨대 유럽의 정복자들은 우연히 지리적, 생태적 우연을 타고났고, 처음부터 '총, 균, 쇠'를 손에 넣기 쉬운 곳에 있었을 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격차는 인종적인 지능의 차이가 아니라 우연에 의해 생겼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원래 정복한 쪽을 「승자」, 정복당한 쪽을 「패자」라고 나누어도 될까?
확실히 정복자의 문명은 대량의 인구와 물자를 창출하고 전쟁에 강한 왕국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명이 인류를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던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원주민들에게는 작은 집단에서 풍요롭게 사는 '생활의 지혜(문화)'가 있었다.
